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선박 복원성능의 정밀도 향상과 시험소요 시간 단축을 위해 ‘디지털 경사시험기’ 시제품을 개발, 현장 실증시험을 마쳤다고 9월 15일 밝혔다.

선박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경사시험’은 선박의 무게 중심을 측정해 복원성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박의 복원성능이 불안정하면 전복 사고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복원성능 계산의 기초가 되는 경사시험의 정확도는 선박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국내 해양사고는 총 3,255건 중 사망·실종자는 164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복·침몰로 인한 해양사고는 139건으로 전체의 4.2%에 불과하나 사망·실종자는 58명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최근 5년간(’20~’24년) 발생한 전복사고의 약 89.8%가 10톤 미만 소형선박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구는 소형선 복원성능 향상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사시험에서는 선박을 바다 위에 띄워 중량물을 좌우로 옮겨 선박이 전복되는 경사각을 측정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경우, U-tube나 Pendulum의 움직임을 시험자가 육안으로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파도·바람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오차를 줄이려면 장시간 반복 측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U-tube는 U자 모양의 투명관으로 물의 높이차를 이용하여 배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Pendulum은 배 안 천장에 매단 추의 움직임으로 배의 기울기를 측정한다.

공단이 개발한 ‘통합 디지털 경사시험 시스템’은 무선통신 기반의 디지털 계측 방식을 도입해 정확도와 효율성을 크게 개선했다.

경사 및 흘수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파도‧바람 등의 영향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외부 환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실제 실증시험에서도 좌·우현 기울기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실시간 데이터 자동 분석 기능을 갖춰 시험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오차를 줄이고, 시험 종료 즉시 복원성 데이터를 전자 문서로 출력할 수 있어 시간과 인력 모두 절감할 수 있다.

공단은 올해 안에 디지털 경사시험기로 도출한 무게 중심 높이와 선수·선미 높이 데이터를 현재 개발 중인 ‘복원성능 평가 프로그램(EDAMS)’에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별 선박의 안전성 검증뿐 아니라, 다양한 톤급·선종별 복원성능 기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향후 해양안전 정책 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준석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디지털 경사시험기는 선박검사 정밀도를 높이고 검사기간을 단축해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 성과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